‘터부’(Taboo)는 폴리네시아 어 터부(tabu)에서 나온 말로, ‘금기(禁忌)된’의 뜻이다. <이큐브스토리>의 ‘터부’ 시리즈는 금기된 사랑에 대한 밀도감 높은 판타지를 구현해 내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열정적인 사랑, 그러나 사회가 지향하는 도덕률에 반하는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본능적 힘에 이끌려 금기된 사랑을 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관계성에 대한 고뇌가 치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쾌락, 본능 등의 원시적 감정과 사리, 분별 등의 이성적 감정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등하는 인물 간의 심리적 들끓음을 통해, 인간이 지닌 어쩔 수 없는 고뇌와 유약함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병적인 감정에 기반한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처럼, 열정적인 사랑은 어쩌면 교통사고처럼 순식간에 찾아와서 우리의 정신을 쓰나미처럼 잠식해 버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감독 : 라이너 베르너 파스 빈더)라는 독일 영화에서처럼 어쩌면 불안한 금기의 사랑일수록, 영혼은 너무 깊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달콤한 수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잠식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터부 3편, <그녀, 그리고 그녀의 이모>는 소설의 서술자인 ‘나’, 그리고 ‘나’가 사랑하는 ‘그녀’,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그녀의 이모’에 대한 지독히 슬픈 삼각관계를 담고 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자신을 남자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여자, 자신을 여자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남자 등의 성 소수자가 등장한다. 성 정체성의 문제로 인해 혼돈스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과 그런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런 사랑과 번민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과연 이 지독한 삼각관계는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 것인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스포츠신문에 실린 만화와 무협소설을 탐독하고 영화와 비디오를 닥치는 대로 섭렵하면서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마법 같은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문학과 국어를 가르치는 일과 시나리오 창작 활동을 병행해 왔다. 최근 들어 상업적으로 대중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를 위한 한 방편으로, 장르 소설 창작에 열중하는 중이다. 현재, 금단의 사랑을 다룬 ‘터부’ 시리즈에서 금기의 빗장을 여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