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안개는 한나미로 되돌아간다>에서 순박한 여대생인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복잡한 생각을 가진 선배인 ‘하고형’을 짝사랑한다. 나는 드디어 한나미에서 졸업여행 중에 하고형과 꿈결 같은 키스를 한다. 하지만 하고형과의 키스는 사랑의 시작이 아닌 관계의 정리로 이어지는데……. <안개는 한나미로 되돌아간다>는 때로는 사랑에 대한 호기심으로, 때로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프고 시린 젊은 날을 보내는 청춘들의 애끓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
민병수
1962년 강원도 원주 생.
어려서 자연과 싸웠고
조금 커서 술과 싸웠고
더 커서는 사람과 싸웠다.
이제는 글과 싸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