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수의 소설은 미로 안에 갇혀 있는 부자유스런 소시민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유(浮游)를 통해, 인간이 지닌 절대적 한계상황과 내면적 공허함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싸구려 경위서>는 경위서 안에 단편소설을 담은 ‘액자 소설’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불법 과외 혐의를 받고 구청에 경위서를 쓸 처지에 놓인 주인공은 과거 도망자 신세였을 때를 떠올린다. 소설은 주인공의 과거 광부 막장 인생과 현재의 초라한 처지를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싸구려 경위서>에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켜 내려는 소시민의 갈급한 마음과, 법 집행자의 울타리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싸구려 인생에 대한 깊은 회한이 담겨 있다. 이야기 안에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작은 유머가 이 소설을 읽는 소소한 재미라 할 수 있다.
민병수 소설의 인물들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은 보잘것없고 약해 보이며 고독하고 지쳐 있지만 그 한계상황을 이겨내려는 강한 몸부림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것,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 나가야 할 숙명의 슬픈 몸부림이 아닐까. 작가는 그들의 처연한 몸부림과 한탄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삶에 대한 비통한 통찰을 표현해 내고 있다.
민병수
1962년 강원도 원주 생.
어려서 자연과 싸웠고
조금 커서 술과 싸웠고
더 커서는 사람과 싸웠다.
이제는 글과 싸우려 한다.